[Book Review] "지극히 현실적인 고민에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책" - '그래서 이제 뭐하지?' by 장찬영


["지극히 현실적인 고민에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책" - 신간 '그래서 이제 뭐하지?' 후기]


세계일주 시조새 장찬영 님의 두번째 책 '그래서 이제 뭐하지?'가 출간되어 주말간 짬내어 읽어봤습니다.

세계일주 이후 일상을 보내며 써내려간 그의 이야기가 저의 지금까지의 삶과 비교해봐도 공감가는 부분이 많기에 제 이야기에 빗대어 후기를 남겨봅니다. 



나는 세계일주를 꿈만 꾸고 떠나지 못한 채 월급의 노예로만 남아 있다면 책 속 화자는 1년 6개월간의 워킹홀리데이 및 세계일주를 마치고 돌아온 뒤 7년여간의 직장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스토리는 그가 여행중 겪었던 짤막한 에피소드 묶음과 함께 다녀와서 마주하는 진실된 고민을 담은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소개하는 이유는 여행이 붐업된 요즘 마치 여행이 정답이며 하고나면 뭐든 잘 될거라는 잘못된 편견과 시각들이 청춘들을 호도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고 반대로 현실이 이렇다고 해서 지레 겁부터 먹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공존하는 바이다. 물론 알아서들 잘 하겠지만.. (괜한 오지랖)

세계일주 혹은 그에 준하는 긴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아니 해보지 않은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렇게 묻는 나도 분명 서두에 밝혔듯이 세계일주를 꿈꿨던 시기가 있다. 한창 싸이월드를 하고 있던 2008년 즈음이었을까. 싸이월드에서 블로그(?) 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해서 우연히 다른 이들의 글을 파도타기로 보다가 "택꼬의 자전거 세계일주"라는 글을 담은 블로그를 보게 되었다. 세계일주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벅찬데 심지어 자전거라니. 그때부터 세계일주의 꿈을 키워오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나름 구체적인 계획까지 짤만큼 말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세계일주를 떠나진 못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찼는데 현실의 넘어야 할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휴학없이 스트레이트로 2010년에 졸업 후 장교 임관에 대한 미래의 계획이 있었기에 대학시절 동안은 그렇게 알바만 하다, 공부만 하다, 프리랜서 생활만 하다 금세 4년이 흘러버렸다. 다행히도 계획한대로 바로 임관을 했고 진해에서 머물다 다시 서울로 올라와 3년의 군생활을 보내기 시작했다.

전역을 앞두고 다시 한 번 세계일주를 생각했었다. 하지만 대학생 때보다 나이를 세 살 더 먹은만큼 더 많은 제약이 생겨버렸다.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고 동시에 군 경력을 이어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전직장이었던 카드사를 비롯해서 은행, 철강회사 등 3~4군데에 이력서를 내밀었던 기억이 있다. 만약 한 곳도 불러주지 않는다면 꼭 세계일주를 다녀오리라 마음 먹었지만 전역을 한 달 가량 앞둔 시점에 합격소식을 받았고 입사일자까지 정해지는 등 모든 일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렇게 원하던 대기업이라는 곳에 붙어놓으니 막상 세계일주를 떠날 자신이 없어졌다. 자신이 없다기보다 현실에 쉽게 순응했다는 표현이 맞을까? 나는 꽤나 계획적인 사람이라 인생의 3~5년 앞까지 미리 계획하는 사실 좀 피곤한 타입인데 과연 취업을 포기하고 다녀와서 어떻게 될지 보장된 미래도 없이 무언가를 맞닥뜨릴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녀온 이후의 상황이 전혀 예상가능한 범위에는 없었다.

그렇게 나는 '그래서 이제 뭐하지?' 라는 고민을 하기도 전에 '다녀와서 뭐라도 할 수 있을까?' 라는 발생하지도 않은 앞날의 걱정에 빠져 있었다.

전역과 동시에 바로 입사가 확정됐기에 세계일주까진 아니지만 긴 여행조차 할 시간이 없었고 그렇게 다녀온 스물일곱 때의 군 말년휴가가 첫 해외여행이 되었다. 장거리 비행기도 처음 타는 마당에 오스트리아-크로아티아-체코 3개국을 말년휴가 12일만에 다녀왔으니 얼마나 다이나믹했던지 참 가관이었다.
그래도 그 때의 말년휴가가 없었으면 아마 지금의 나 또한 없었으리라 생각할만큼 '여행'이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 준 것은 맞다. 책 속의 화자 또한 세계일주에 앞서 첫 해외를 뜻하지 않게 인도로 떠난 뒤에야 이후 세계일주라는 더 큰 목표에 불을 지피게 되었고 이후 맞닥뜨린 상황에서 피하지 않다보니 지금의 자리에 이르게 되었다. 우리 둘 모두 어쩌면 여행을 통해 의연함을 배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바로 회사원의 삶을 이어간 나는 그렇게 사회에 다시 적응해나갔고 세계일주 대신 짧지만 1년에 주어진 20일의 휴가를 나를 위한 여행으로 충실하게 쓰는 방법을 배웠으니까.

시간은 상대적이면서 동시에 각 개인에게 있어 유한하다. 누군가는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을 세계일주에 투자했다면 또 누군가는 쉴틈없이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각자의 삶 그리고 가치관이 다를뿐 누구 하나 손해본 것 없이 그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인생을 살아오고 있다. 

이렇게 말해도 사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보이지도 않는 그 벽을 넘기 위해 그렇게 애써야만 했던걸까? 그게 정답도 아닌데 사회가 정해놓은 고정관념이라는 정답을 틀리는게 두려워서 넘는 것 대신 돌아갈 방법은 찾아볼 생각도 안한 것은 아닌지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 고정관념은 어딘가 조금 빠르게 도달하기 위한 지름길에 불과했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지금까지의 선택이 후회되는 것도 아닌 단지 아쉬움이 남는 딱 그정도. 시간은 상대적이니까. 

대한민국이라는 경쟁사회는 취업을 앞둔 20대 대학생에게 요구하는 기준 혹은 눈높이가 여전히 엄격한 것이 사실이다. 어디 20대뿐이겠는가. 30대가 되면 더 적어진 기회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아직 겪어보지 못한 40대, 50대 그 이후의 삶 또한 마찬가지일거다.
학창시절부터 늘 평가의 대상이기만 했던 우리는 내가 원하는 삶이나 내가 우선시되는 삶을 제쳐둔 채 남들의 기준에만 부합하기 위해 부단히 애써왔다. 그 기준을 뒤집을 수 있는것도 어쩌면 우리의 몫일지도 모르겠다. 뒤집기 힘들면 피하지 말고 즐겨라. 뭐 피할 수 있으면 피하던지. 본인 스스로 책임질 수만 있다면 무엇이 두려우랴. 

여행? 떠나고 싶으면 떠나자. 대신 여행에서 정답을 찾겠다는 생각, 다녀와고나면 뭐든 될 거라는 생각은 가급적 하지말자. 힘들게 떠난 여행에 족쇄까지 달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단지 새로운 환경에 내던졌을 때 나의 몰랐던 존재를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이런 상황도 대처할 줄 아는 사람이란 사실을 배울 수 있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교재 속에서 놀다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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