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인도네시아 여행 에세이(코모도, 발리)

‘Wonderful Indonesia’

 

인도네시아의 여행지라 하면 대부분은 자카르타, 발리 또는 현지 식당 예능을 통해 알려진 롬복 정도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섬으로 구성된, 무려 1 7천개가 넘는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 적도를 중심으로 동서로 길게 뻗어 있어 섬마다도 각기 다른 고유 문화를 가지고 있을 만큼 어느 한 곳의 이미지가 인도네시아라는 나라를 대표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조금 더 색다른 인도네시아 여행지에 관심이 있다면 발리와는 상반된 매력을 지닌 '코모도' 지역과 그래도 많이 알려진 곳이지만 숨겨진 발리를 얘기해보고자 한다.

 

Chapter 1 : 핑크 비치는 정말 핑크색일까? (feat. 코모도 국립공원)

코모도(Komodo). 어쩌면 이름만 듣고 눈치챈 이들도 있겠지만 코모도 도마뱀(세계에서 가장 큰 도마뱀, 평균 길이 2미터)이 서식하는 이 지역은 발리와 비교해보면 상당히 생소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지역을 여행하기 위해선 인도네시아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해 소순다 열도에 위치한 라부안바조(Labuan Bajo, 플로레스 섬 서쪽 지역)까지 온 후 고속 보트나 일반 보트를 이용한 데이투어 또는 리브어보드(배 위에서 숙식을 모두 해결 할 수 있는 형태) 투어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필자는 짧은 여행 일정으로 인해 데이투어 외에 선택권이 없었고, 라부안바조에 도착하자마자 길거리를 따라 양 옆으로 도열한 투어 업체 몇 군데를 다니며 상품과 가격을 비교하는 것으로 여정을 시작했다. 데이투어도 고속 보트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가격이 저렴한 일반 보트를 알아보기로 하고 업체별로 제시하는 코스와 가격을 보고 결정을 했다. 쉽게 말해 이 지역의 데이투어는 코모도 국립공원 영역을 보트를 타고 돌아다니는 투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1980년에 설립된 코모도 국립공원은 크게 코모도(Komodo), 빠다르(Padar), 린카(Rinca) 3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일반 보트를 이용한 데이투어는 대부분 '빠다르-코모도' 또는 '빠다르-린카'처럼 2개의 섬을 돌고 오는 형태이다. 이 중 빠다르 섬은 코모도 지역에서 가장 멋진 인증샷을 남길 수 있는 곳이고, 나머지 2개 섬은 코 앞에서 코모도 도마뱀을 직접 볼 수 있는 서식지이기도 하다. 게다가 핑크 비치(Pink Beach) 역시 꼭 가야할 곳 중 하나인데 마치 하나씩 나눠 가진 듯 코모도와 린카 섬에 각각 존재한다.

 

우리 일행은 빠다르-린카 2개의 섬으로 구성된 투어를 선택했고, 이튿날 새벽 5시부터 일정은 시작되었다. 빠다르 섬 트레킹, 핑크 비치를 포함한 스노클링 2, 그리고 대망의 코모도 도마뱀 관찰까지 약 12시간의 일정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이 중 스노클링의 경우는 업체에 따라 다르지만 만타 포인트(만타 가오리가 자주 출몰하는 수역)를 가는 경우도 있고, 물고기와 거북이가 많이 출몰하지만 사람이 적은 포인트로 가는 등 차이가 있기 때문에 여러 업체를 꼭 비교해서 정할 필요가 있다.

 

인도네시아 내에서도 가장 건조한 지역인 이 곳은 대부분 섬에 나무가 없거나 극히 드물어 생기가 없고 삭막한 느낌을 준다. 민둥섬이라는 표현이 알맞을지도. 나무가 많다 못해 정글 느낌이 드는 발리 섬과는 극히 상반된 모습이다. 대신 발리가 가지지 못한 것을 코모도가 가지고 있는데 삭막한 섬과 대비되는 에메랄드빛이 감도는 바다이다. 실제로 발리에서는 하기 힘든 스노클링을 이 곳에서는 마음껏 할 수 있기도 하다. 이 모습을 멀리 배 위에서 보거나 혹은 첫 번째 목적지인 빠다르 섬의 정상에 올라 내려다 보면 사막의 오아시스라는 표현보다 오아시스의 사막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만큼 마치 큰 오아시스(바다) 안에 사막()이 있는 형상을 띈다.

 

그렇다면 핑크 비치는 정말 핑크색일까? 코모도 여행을 준비하면서 사실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다. 각종 SNS에서 처음 접했던 핑크 비치는 세상에 정말 저런 곳이 존재할까라는 궁금증을 자아냄과 동시에 '아마도 편집 프로그램의 과보정으로 만들어 낸 가짜 해변' 이라는 불신을 안은 채 직접 보고 오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이 곳에서는 핑크색이라고 해서 흔히 아는 핫핑크의 강렬함이 아닌 은은한 파스텔톤을 마주할 수 있었는데 붉은 산호초를 비롯해 분홍색의 껍질 등을 가진 해양 미생물들과 모래가 섞여서 핑크색을 자아낸다. 쨍쨍한 태양 아래 바닷물을 한 번 머금고 마르는 시점에 가장 분홍색에 가까운 느낌을 자아낸다. "거 봐! 나 핑크 비치 맞다니까?" 라며 강한 자신감을 뽐내고 있었다. 괜히 의심해서 미안하기도. 조금 떨어져 배 위에서 살펴보면 마치 자몽에이드와 블루레몬에이드를 섞은 듯한 느낌을 준다.

 

사실 인도네시아 내 어느정도 알려진 핑크 비치가 무려 세 군데에 있다. 코모도 섬, 린카 섬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발리 옆에 위치한 롬복 섬에 있다. 코모도 지역에서 투어를 하게 된다면 코모도 섬 또는 린카 섬의 핑크 비치 중 최소 한 군데는 가게 될 것인데, 상대적으로 코모도 섬의 핑크 비치가 규모도 크고 더 많이 알려져 있어 여행객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기대 만큼에 미치지는 못한다는 평을 하는 여행객들도 더러 있는데 이를 고려하면 린카 섬으로 가는 투어를 예약하는 것도 어쩌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코모도 도마뱀 보호구역으로 들어가서 도마뱀까지 보고 오면 여정은 끝이 난다. 참고로 코모도 도마뱀에게 물리지 않게 국립공원 직원의 통제에 잘 따를 것. 그들은 언제든 사람을 물 수 있다. 박테리아는 물론 심지어 독까지 있다고 한다 
 

(사진 1. 빠다르 섬 트레킹)

 

(사진 2. 오아시스의 사막)

 

(사진 3. 린카 섬 핑크비치)

 

 

(사진 4. 코모도 도마뱀)

 

(사진 5. 데이투어 후 복귀하는 배)

 

(사진 6. 라부안바조에서 노을을 보며 피자에 빈땅 한 잔)

 


 

 

Chapter 2 : 신과 함께 (feat. Balinese Hinduism)

개인적으로 발리는 두 번째 방문이다. 올해 6월에 처음 방문하고 4개월만에 다시 온 셈인데 발리를 어떤 이유에서 오고 싶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이끌렸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지도. 과거 발리라는 이미지는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또는 신혼여행지라는 느낌이 강했다면 언제부턴가 '디지털노마드의 성지', '한 달 살기를 위한 최고의 장소' 등 새로운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고 이를 토대로 단순히 물가가 저렴하고 인터넷 빠르고 자연이 적당히 아름다운 지역인가 싶었다. 왠지 모를 호기심에 발리를 다녀 와야겠다는 생각이 스며든 것 같다. 그렇게 두 번째 방문까지 이끌렸고 이미 세 번째 비행기 표 발권까지 해둔 상태이다.

 

발리 국제공항이 위치한 남부의 덴파사르, 꾸따 지역은 가장 번화한 지역답게 많은 차량과 오토바이 그리고 매연 때문인지 '역시 내가 다녀왔던 다른 동남아 지역이랑 크게 다를 바 없구나' 라며 첫인상에서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남부를 떠나 겨우 중부 우붓(Ubud)에 가서야 여기가 그나마 내가 알고 있던 발리인가 싶었다. 하지만 뭔가 부족했다. 조금 덜 번화했을 뿐 여전히 극심한 매연에 치를 떨 정도였으니까. 여기가 대체 왜 좋다고 하는걸까 싶었다. 단순히 수영장이 딸린 좋은 호텔, 리조트가 저렴해서? 식비가 저렴해서? 부정은 못하겠지만 여행자의 입장에서 충분히 메리트가 있는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그게 발리의 전부는 아닐거라고 생각했다.

 

시선을 조금 돌렸을 때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발리인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길거리에는 원숭이가 뛰어다니고 차를 타고 조금 나가면 계단식 논밭, 수 많은 사원, 숨겨진 폭포 등 정말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섬에 있는 것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였다. 얽히고설킨 형태로 훼손을 최소화한 채로 그들은 그들 양식과 문화에 적응해가며 살아가고 있었다. 왜 사람들이 발리가 좋다고 하는지 아직 완벽히 이해는 못했지만 어느정도 알 것도 같았다.

 

인도네시아 국민의 상당수가 이슬람교를 믿지만 발리만큼은 발리 특유의 힌두교(Balinese Hinduism)를 믿는 신자가 대부분을 차지해 그야말로 발리 섬에서 발에 채이는 게 사원이라고 할 정도로 그들은 신과 함께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사원들이 온갖 도처에 있어서인지 자연을 크게 망가뜨리지 않고 상당히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지내는 발리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발리 섬은 수십 년이 흘러도 늘 신과 함께 그리고 자연과 함께하는 섬으로 남아 있지 않을까. 인도네시아 지역 중 가장 많은 관광수익을 내고 있는 이 곳 발리지만 인간의 과도한 이익을 위한 개발보다는 지금처럼 자연과의 공존을 선택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 7. 성수를 받는 사람들 @Pura Tirta Empul)

 

(사진 8. Pura Gunung Lebah 구눙 레바 사원)

 

(사진 9. 야자수와 집의 조화)


 

 

Chapter3 : 인생샷의 비밀을 찾아서

럼뽀양 사원(Lempuyang Temple). 이름과 위치는 몰라도 언제부턴가 SNS 피드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이 곳의 사진을 한 번쯤은 봤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바로 하늘을 찌를 듯한 문 사이에 사람이 선 채 아궁(Agung) 산을 배경으로 반영까지 담아낸 사진 말이다. 이 얼마나 가서 찍혀보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가. 발리 우붓에서도 차량으로 2시간을 더 가야할 만큼 섬 가장 동쪽에 위치해 있어 굳게 마음 먹고 가야하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행객들이 찾는 이유는 왜일까. 멋진 배경은 기본이며 반영사진이라는 신비함 즉 좌우, 상하의 데칼코마니를 모두 담아낸 사진 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사진은 개인적으로 대박 마케팅이라고 평가하고 싶을 만큼 놀라운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처음 이 사진을 봤을 땐 당연히 고인 물을 활용해서 사진을 찍는 줄 알았다. 하지만 메마른 돌바닥만이 존재할 뿐. 반영사진은 아무나 찍을 수 없다. 대신 그 곳에 현지 청년들이 자리를 깔고 앉아선 여행객들로부터 스마트폰을 건네 받아 순서대로 찍어주는데, 그들이 가진 도구를 활용해서 멋진 반영을 담아준다. 카메라는 받지 않는다. 오직 스마트폰만. 그 도구의 명칭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마침 이와 유사한 미러리스용 사각필터를 갖고 있었고, 어깨 너머로 하는 법을 배워선 본인의 카메라(RX100M6)를 이용해 자세히 보면 어설프지만 얼추 비슷한 반영사진을 담아낼 수 있었다.

 

이 곳에서 반영 사진에 담긴 본인의 모습을 찍고 싶다면 현지 청년들에게 소소한 팁이라도 쥐어주는 센스를 발휘하면 모두가 웃을 수 있을 것이다. 대기 인원이 많아 다음 대기자로 교체하는 시간이 꽤나 빠르다. 무조건 한 장이라도 더 찍자. 그렇다고 너무 반영 사진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바라만 보아도 충분히 멋진 곳이기에.

 

발리 동부투어 여행 팁

발리 섬의 경우 큰 규모에 비하면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드라이버 투어를 할 때 보통 비슷한 지역을 묶어서 데이투어로 다니는 편이다. 머무르는 호텔과 연계된 드라이버를 찾는 것보다는 액티비티, 예약 관련 플랫폼 앱을 활용하면 보다 합리적인 비용에 투어를 이용할 수 있다.

 

*럼뽀양 사원과 묶어서 가면 좋을만한 곳 : Taman Tirta Gangga, Taman Soekasada Ujung

 

(사진 10. 럼뽀양 사원 Photo by RX100M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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